출처-[연합르페르 2007-03-06 09:12]
라플란드는 넓게 보면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 전체를 가리킨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에 걸쳐 있는 광활한 땅이다. 북위 66도 33분 위쪽 북극권(Arctic Circle)을 포괄하는 지역으로 여름 백야현상(Midnight Sun)과 겨울 오로라(Northern Lights)가 나타난다.
라플란드에는 사미족이 살고 있다. 동화 속 눈의 나라 백성들처럼 사미족은 알래스카 이누이트(Innuit)와 함께 북극권 원주민을 대표한다. 라플란드 북부의 소도시 사리셀카(Saariselka)에서 순록 농장을 운영하는 아르미 팔로노자는 알록달록한 원색 실로 짠 사미족 옷을 입고 있었다. 4명의 자녀를 둔 그녀는 집 내부 중앙에 설치된 타카(Takka)로 불리는 커다란 화덕 위에서 연어를 요리했다.
현재 라플란드 전역에 거주하는 사미족은 7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노르웨이 4만여 명, 스웨덴 2만여 명, 핀란드 8000여 명, 러시아 2000여 명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순록 무리를 이끌고 숲과 호수를 찾아다니면서도 사미족은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지금도 고유한 언어와 노래,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사미족은 18대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친척을 센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순록(Reindeer)은 사미족의 재산 목록 1호다. 5000여 년 전 암각화에 울타리 안으로 순록을 몰아넣는 모습이 보일 만큼 사미족과 순록은 오랜 세월 동안 공존해왔다. 물론, 라플란드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수공예품 제작과 서비스업 종사가 주요 수입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순록은 여전히 사미족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다.
현재 핀란드 라플란드에만 약 25만 마리의 순록이 뛰어다닌다.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수천 마리의 순록을 방목하는데, 순록의 귀 일부를 잘라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소유를 구별한다. 겨울 라플란드를 찾아 현지 호텔이나 여행사에 사미족 농장 투어를 신청하면 순록과 시베리안 허스키가 끄는 나무썰매를 경험할 수 있다.
이글루 마을에서 오로라와 숨바꼭질
칵슬라우타넨(Kakslauttanen)은 사리셀카에 위치한 이글루 마을(Igloo Village)이다. 겨울 북극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 감상을 위한 다채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글라스 이글루(Glass Igloo)가 대표적이다.
글라스 이글루는 에스키모 얼음집에서 그 형태를 따왔는데, 얼음이 아닌 유리로 지붕을 마감했다. 자동차 전면유리처럼 두 장의 유리를 맞붙여 놓았다. 유리를 지탱하는 골조에 열선을 넣어 손바닥을 대면 온기가 느껴졌다. 눈이 내려도 곧바로 녹아 증발해버렸다.
사리셀카의 첫날 밤, 글라스 이글루에서 오로라를 기다렸다. 유시 에이라모 촌장은 "기온이 영하 25℃ 아래로 떨어졌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라 오로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글라스 이글루에 들어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은 명징했다. 벼루에 잘 갈아 놓은 먹물처럼 투명한 어둠이었다. 별이 검은색 스카프에 촘촘히 박힌 보석처럼 빛났다. 별이 질 때까지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았다. 새벽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비비고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어둠뿐이었다. 산타클로스처럼 하얀 수염과 큰 몸집이 인상적인 촌장이 허언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다음날도 오로라 맞이를 준비했다. 촌장은 "오늘 밤에는 반드시 오로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어느 시간대에 많이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언제라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로라 공연 시간은 몇 초에서 몇 시간까지 천차만별이며, 운이 좋으면 밤새도록 오로라의 향연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제보다 기온이 더 내려간 만큼 기대치는 높아졌다. 밤이 깊어갈수록 마음은 더 설레었다. 하지만 오로라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자정 무렵 어디선가 구름이 몰려와 별무리를 덮더니 천지에 눈발이 날렸다.
오로라는 라플란드의 겨울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경이로운 현상이다. 태양 입자가 지구 대기권에 부딪히며 일어나는데, 캄캄한 허공에 화려하게 드리워진 녹색의 커튼이 너울거리는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감동적이라고 한다. 라플란드 사람들은 오로라가 나타났을 때 휘파람을 불면 빛의 자락이 춤추듯 출렁인다고 여겼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오로라를 만나면 그대로 눈밭에 누워 휘파람을 불면서 '우주쇼'를 감상한다고 했다.
|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핀란드④ 스노 캐슬, 동화 속 눈과 얼음의 나라 (0) | 2007.03.06 |
---|---|
핀란드③ 삼포 쇄빙선, 멈추지 않는 항해 (0) | 2007.03.06 |
핀란드① 상상이 현실이 되는 무한공간 (0) | 2007.03.06 |
금강산, 3월에도 즐길 수 있는 눈 산행 묘미 (0) | 2007.03.06 |
이스라엘④ 엔게디 키부츠에서의 색다른 체험 (0) | 2007.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