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7-03-06 09:13]
삼포 쇄빙선은 정오에 출항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사이에 위치한 북부 보스니아만(The Northern Gulf of Bothnia)이 얼어붙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봄까지 운항된다. 세계 유일의 관광용 쇄빙선은 3540t의 육중한 몸집처럼 프로펠러 엔진 소리가 묵직했다. 처음엔 얼음을 부수고 나가는 배라고 해서 뱃머리에 커다란 쇠방망이라도 달려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선수 아랫부분이 날렵한 각을 이루는 것 외에는 다른 선박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삼포는 1961년에 건조돼 북해에서 다른 선박들의 길을 열어주던 북극 쇄빙선(Arctic Icebreaker)이었다. 30년 동안 북해를 누비다 은퇴한 이후 관광객을 위한 유람선으로 변모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6노트(약 30km)로 1m 이하 두께의 얼음은 옷깃에 스치듯 뚫고 나아갔다.
배에 오르자마자 레스토랑에 점심식사가 마련됐다. 오늘의 메뉴는 생선 수프였다. 달짝지근한 우윳빛 생선살 수프를 몇 숟가락 떴을까?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두꺼운 얼음층의 바다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천지개벽의 굉음에 놀랐는지 관광객들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우르르 갑판으로 몰려 나갔다.
뱃전에 올라 내려다본 광경은 장관이었다. 삼포는 뭍으로 올라와 설원을 가르는 큰 고래 같았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에 눈이 쌓인 백색 벌판에는 고래가 지나갈 때마다 벼락 치듯 검은 선이 그어졌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우지직거리며 쩍쩍 갈라졌다. 쇄빙선 표면에 닿아 부서져 얼기설기 솟구치는 얼음 조각들은 중학교 수학시간에 배웠던 갖가지 도형을 눈앞에 펼쳐 놓았다. 운이 좋은 날에는 물개와 바다표범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바람이 세찬 탓인지 이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북극권 바다에서 즐기는 얼음 수영
2시간 정도 빙해(氷海)를 헤쳐 왔을까? 삼포는 엔진을 멈추고 얼어붙은 망망대해에 정박했다. 잠시 후 하얀 바다 위로 사다리가 내려졌다. 승무원들이 먼저 내려 배 주변 얼음의 갈라진 틈새를 살피며 상황을 점검했다.
안전 점검 이후 얼음 위에 내려선 관광객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바다 위를 걸었다.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 광막한 공간 위에 배 한 척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모를 먼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눈꽃이 일어났다.
관광객들이 바다 위를 산책하는 동안 승무원들은 배 후미에서 무엇인가를 계속 작업했다. 장대로 얼음조각을 밀쳐내고 수영장을 조성하는 중이었다. 얼마 후 아담한 간이 수영장이 만들어졌다.
얼음 수영(Ice Swimming)은 삼포 쇄빙선 프로그램의 백미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감싸는 잠수복 스타일의 방한 슈트를 입고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바닷물로 들어갔다. 방한 슈트는 두툼하고 부력이 커 몸이 가라앉지 않았다. 시선을 하늘에 두고 팔을 벌려 누우면 편안한 유영이 가능했다. 얼음 바다에 누워 한참을 버둥거렸더니 한기가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웠다. 작은 얼음 조각을 하나 집어 배꼽 위에 올려놓고 더위를 식혔다.
삼포는 북극 겨울 풍경과 얼음 수영 이외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스노모빌이나 허스키 썰매를 타고 해안까지 질주하는 투어를 비롯해 사미족 전통 가옥 체험, 겨울 숲 캠프 등을 운영한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속에서 유일무이한 경험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은 그날의 날씨와 예약 상황에 따라 이루어진다. 한겨울 보스니아만의 기온이 영하 40℃까지 떨어지면 배 안에서 얼음 바다의 풍광만 바라보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
Tip_삼포 가는 길
케미(Kemi)는 헬싱키에서 항공편으로 1시간 30분, 기차로 약 10시간 소요된다. 기차는 침대칸이 있는 야간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로바니에미에선 자동차로 약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로바니에미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연중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삼포 쇄빙선은 오는 4월 20일까지 매주 수~토요일 정오부터 4시간 동안 운항된다. 승객정원은 150명이며 정해진 날에 승선하려면 예약하는 게 좋다. 가이드 승무원이 기관실을 비롯한 배의 시설을 안내하며 쇄빙선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설명해준다. www.sampotours.com
|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핀란드⑤ 호주보다 더 가까운 호수와 숲의 나라 (0) | 2007.03.06 |
---|---|
핀란드④ 스노 캐슬, 동화 속 눈과 얼음의 나라 (0) | 2007.03.06 |
핀란드② 자연을 닮은 라플란드 사람들 (0) | 2007.03.06 |
핀란드① 상상이 현실이 되는 무한공간 (0) | 2007.03.06 |
금강산, 3월에도 즐길 수 있는 눈 산행 묘미 (0) | 2007.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