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일간스포츠 2007-03-06 09:51]
■봄비와 겨울눈이 함께하다
구룡폭포까지 가는 길. “해를 볼 수 있다”는 일기예보가 적중하기를 바라며 길을 나섰다. 부슬부슬 안개비가 산을 신비롭게 만든다. 비가 점차 그쳐 가면서 구름이 산허리에 걸렸다가 사라졌다가 하며 묘기를 부린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옥구슬처럼 흘러 떨어진다는 옥류동의 담(潭)은 그 반이 얼어 있다. 얼음의 하얀 빛은 ‘쨍’ 하는 소리마저 울릴 듯 강렬하다.
봉황이 긴 꼬리를 휘저으며 날아가는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비봉폭포도 꼬리의 맨 끝이 얼어붙었다. 그래서일까. 떨어지는 물이 오히려 더 강렬해 보인다. 마치 꼬리가 얼어 하늘로 오르지 못하게 된 신세지만 더욱 더 기를 쓰며 날려는 봉황의 날갯짓처럼.
이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구룡폭포를 만날 수 있다. 관폭정에서 바라보는 구룡폭포의 웅장함에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진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날씨가 짓궂다.
예보와 달리 사라져 가던 비구름이 다시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100여m 절벽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74m 길이 구룡폭포의 장대함이 구름에 가려 그 절반만 살짝 내비친다. 점차 구름인지 폭포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다만 귀청을 울리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폭포의 존재를 알려 준다.
구룡폭포를 바라보는 관폭정에서부터 세존봉(1132m)을 향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금강산 관광 중 가장 힘든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목란관에서 시작해 관폭정을 거쳐 세존봉 정상. 동석동으로 하산하는 이 코스는 약 15㎞로 보통 7시간 정도 걸린다.
관폭정에서 불과 100m도 못 갔지만 산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발을 조금만 잘못 디디면 허벅지까지 발이 푹 묻힐 정도로 아직 눈이 많이 쌓여 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크램폰(아이젠)과 스패츠로 무장을 해야 할 듯싶다.
세존봉을 안내하는 봉사대원이 “4월에서 5월 초까지는 눈이 남아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 말을 듣다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눈이 그때까지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가 신고 있는 신발 때문이다. 세상에나 고무장화라니…. 미끄러지지도 않고 잘도 오른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 안개비가 시야를 막아 서니 20~30m 앞밖에 보이지 않는다. 설사면을 오르다 보니 이곳이 히말라야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새하얗다. 그 새하얀 틈 사이로 초록색 잎이 눈에 띈다.
“만병초에요. 만 가지 병을 고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죠. 금강산 쪽에 사는 사람은 백두산 만병초. 백두산 쪽에 사는 사람은 금강산 만병초를 먹으면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죠.” 눈 사이로 고개를 내민 녹색의 잎이 얼음새꽃이라고 알려진. 샛노란 복수초를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피는 만병초의 꽃은 진분홍색이라고 한다.
관폭정에서 오른지 2시간 반 정도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정상이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만 좋으면 비로봉과 집선봉은 물론 저 멀리 장전항까지 보였을 텐데…. 허기진 배를 도시락으로 채우다 보니 그런 아쉬움도 잊혀지는 듯하다.
동석동으로 하산하는 길. 흔들거리는 100여m의 철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그리고 이어지는 계곡길. 이곳에서 흐르는 물이 생수공장의 수원으로 쓰인다. 바로 떠서 먹어도 좋은 청정수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동석을 만난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움직인다고 해서 동석이다. 하지만 사람의 힘만으로는 움직이지 않고 지렛대를 써야 한단다. 이 동석이 또 한 차례 유명해지게 됐다. 송혜교가 주연하는 영화 <황진이>의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이곳 동석동과 배바위에서 촬영이 이뤄졌는데 북쪽 사람들도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 북쪽 여자들은 모두 황진이에요.” 안내원의 너스레가 즐겁다.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다. 미인송(적송·금강송)의 자태가 주위를 둘러싼 곳에서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해 본다. 마음이 예뻐지는 것 같다.
■금강산 볼거리와 먹거리
금강산 관광 코스는 △천선대·망양대·귀면암 등을 볼 수 있는 만물상 코스(약 3㎞·왕복 4시간) △관동 8경의 하나인 삼일포와 섬바위 등을 볼 수 있는 해금강 코스(왕복 3시간) △장전항 등 전망이 좋은 수정봉 코스(왕복 4시간) △상팔담·연주담·옥류동 등을 거치는 구룡연 코스(약 4.3㎞·왕복 5시간) 등이 있다.
이 중 수정봉과 세존봉 코스는 미리 따로 예약해야 한다. 02-3669-3000.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공연도 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박수를 계속 칠 수밖에 없는 평양 모란봉 교예단 공연. 가야금·손풍금·여성 5인조 전자악기 팀이 어우러진 금강산 예술소조 가무 공연도 진한 감동을 준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곳에서 먹는 야채는 북한에서 재배한 무공해다. 특히 고성항횟집의 경우엔 10㎏에 육박하는 자연산 광어와 큼직한 전복·해삼 등을 맛볼 수 있다. 평양 옥류관의 금강산 분점인 옥류관에서는 정통 평양냉면을 접할 수 있다. 이밖에도 외금강호텔의 중식당. 북측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금강원 등 다양한 식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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