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블랙 & 화이트는 가라 ! 원색으로 화려하게 튀어라

피나얀 2007. 3. 13. 21:10

 

출처-[중앙일보 2007-03-13 05:36]

 

낭만의 도시 파리에 살랑살랑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아직도 약간은 차가운 파리의 봄을 잊어버리려는 듯 파리의 도심은 가을의 낭만으로 출렁였다. 화사한 겨울도 찾아온 듯했다.
 
2007~2008 가을.겨울 파리 '프레타 포르테(기성복)' 패션쇼 때문이다. 오랫동안 패션계를 지배했던 미니멀리즘(장식과 기교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경향)이 잦아든 것 같았다.
 
지난달 25일부터 3월 4일까지 총 8일간 열린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 톱 디자이너들은 '우아하고 화려한 여성'이 올 가을의 대세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패션쇼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올 가을.겨울의 패션 코드를 전한다.
 
 

 
 
# 밝고 귀엽게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검정이나 회색, 갈색보다 화려한 색상이 행사장을 뒤덮었다. 올해로 25년째 샤 넬 ●1을 이끌고 있는 톱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대명사처럼 통용되는 블랙&화이트 트위드(트위드는 약간 굵은 양모로 짠 천이다.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특징. 샤넬 브랜드에서 애용되는 것 중 하나다) 대신 빨강.파랑.노랑 등 색색의 체크 무늬가 어우러진 트위드를 선보였다.
 
스텔라 매카트니 ●2는 경쾌했다. 귀여운 흰색 곰이 도드라진 회색의 니트 스웨터가 눈길을 끌었다. 검정과 흰색, 두 색만 섞었지만 가을 소풍을 떠나는 소녀처럼 밝아 보였다. 자연스러운 실루엣의 니트 스웨터는 엉덩이까지 덮었다. 마치 원피스처럼 보였다.
 
디자이너 호세 엔리케 오나 셀파가 이끄는 로에베 ●3는 가죽 재킷과 스커트가 주조를 이뤘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스웨이드(새끼 양이나 소의 가죽을 보풀린 것)로 목 부분과 허리 벨트를 장식한 터키 옥색(밝고 짙은 하늘색)의 실크 원피스는 검정 가죽 일색의 런웨이(runway.패션쇼 무대)에 경쾌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디자이너 안토니오 마라스의 겐조는 스페인풍의 밝고 유쾌한 옷차림을 공개했다. 겐조 특유의 화려한 꽃무늬도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검은색과 붉은색의 체크무늬 코트는 이번 시즌 파리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가슴 바로 밑의 벨트 아래 A라인으로 넓게 퍼진 코트는 편안한 실루엣으로 마무리됐다.
 
 
# 화려하고 도발적으로
 
크리스티앙 디오르 ●4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도 화려한 가을을 예감한 듯 겨울옷의 대세였던 블랙&화이트 대신 다양한 색상을 선보였다. 자주색과 푸른색, 푸크시아색(짙은 핑크빛) 등 강렬한 색채로 런웨이를 수놓은 디오르는 기성복 패션쇼임에도 오트 쿠튀르(초고가의 주문복)에나 나올 법한 화려한 의상을 내놓았다. 이번 시즌 디오르는 단정한 실루엣의 투피스에도 화려한 모자를 매치시켜 당당하고 도발적인 여성을 한껏 부각시켰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또한 에르메스 ●5를 통해 화려하고도 강한 여성상을 제안했다. 모터사이클의 굉음과 함께 시작된 패션쇼는 런웨이를 덮을 만큼의 긴 가죽과 모직 코트로 가득 찼다. 챙이 짧은 모자를 쓴 모델들도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재현했다. 예컨대 낙타색의 모직 코트는 어깨가 강조돼 남성성이 강조됐지만 목까지 덮은 벨벳 블라우스는 꽤 여성적이었다.
 
크리스티앙 라크르와 ●6는 섹시함과 자유분방함이 어우러진 자존심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 줬다. 밀라노 컬렉션에서도 대세였던 청키힐(구두의 밑창이 날렵하지 않고 도톰한 것) 부츠가 준 강렬한 이미지와 산발한 듯한 머리 스타일이 격의 없는 조화를 이뤘다. 코트의 실루엣은 정면에서 봤을 때 허리선부터 엉덩이까지는 넓게 퍼졌고, 아래쪽은 약간 잘록해지는 트래피즈 스타일로 편하고 풍성해 보였다. 모직이나 가죽뿐 아니라 이번 시즌에는 털실로 짠 듯한 아이템도 자주 보였는데 라크르와 역시 카디건과 코트 모두 니트 소재로 된 것을 내놓았다.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이너 다이 후지와라, 루이뷔통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도 이번 시즌의 화려함에 방점을 찍었다. 이세이 미야케는 밝은 색 계열의 주름이 많은 블라우스.스커트.원피스로 시선을 끌었고, '백(bag)의 명가' 루이뷔통은 의상 50여 벌 대부분에 다양한 형태.소재의 탐스러운 백을 매치해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