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선글라스, ‘라이방’이 돌아왔다

피나얀 2007. 6. 26. 20:48

 

출처-위클리조선 | 기사입력 2007-06-26 14:53

 


선글라스의 고전 ‘레이밴’ ‘재키 스타일’ 등 복고풍 인기 얼굴 절반 크기의 오버 사이즈에 프레임·렌즈 색상 화려해져
 
 
지난 5월 서울의 한 바에서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Ray Ban)의 70주년 파티가 열렸다. 흔히 ‘라이방’이라는 일본식 발음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레이밴은 1937년 공군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군에서 만들어진 유색 글라스로 처음 등장했다. 레이밴은 ‘필요가 낳은 발명’을 뛰어넘는 전통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글라스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그 자체로 선글라스의 산 역사라 불리는 한 백전노장 브랜드의 칠순 잔치가 갖는 의미는 크다. 이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한 독특한 액세서리가 어떻게 사람들의 패션에 뿌리 내렸는가에 관한 생생한 보고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시내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이들에게는 자연히 사람들의 이목이 모아졌다. 눈이 보이지 않아 어딘지 모르게 음흉해 보이는 검은 안경은 낯설고 이국적인 동시에 ‘장애’라는 어두운 아우라가 덧씌워진, 쉽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녀노소, 계절,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에나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존재한다. 선글라스를 쓰고 눈을 가림으로써 홀로 되고자 하는 현대인의 소외와 존재론적 고독에 관해서라면, 부디 어느 저명한 심리학자가 그 문제를 논문 주제로 다루어 주길 부탁 드린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멋들어진 아이템을 가지고 유행과 패션(때로는 실용성)에 관해 논하는 것만으로도 주어진 지면이 부족할 정도니까.
 
오존층의 심각한 파괴로 인해 자외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자외선 차단제처럼 선글라스 역시 외출 시 사계절 상비해야 하는 물건이 됐다. 그래도 역시 선글라스 시장이 활기를 띠는 계절은 여름이다. 여느 해에 비해 뜨거운 볕이 일찍 찾아 든 올해 여름, 선글라스의 트렌드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최근 몇 시즌, 선글라스 시장을 가장 강렬하게 휩쓸고 있는 유행은 단연 복고풍 디자인이다. 과거 어느 시점엔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의 선글라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고, 대중은 그에 어울리는 폭발적 호응을 보냈다. 미래적 형태의 고글형 선글라스가 인기를 끌었던 몇 해 전 트렌드가 무색할 만큼, 현재의 압도적인 승자는 복고풍 선글라스다.
복고풍 선글라스의 유행은 특정 디자인에 집중되지 않고 하나의 추세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선글라스의 고전이라 불리는 레이밴 타입의 보잉 선글라스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나 케네디 대통령 재임 당시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즐겨 썼다고 해서 ‘재키 스타일 선글라스’로 불리며 유행했던 두꺼운 뿔테 프레임이 우아하게 둥글려진 선글라스가 유행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 셀린과 로에베, 코치, 베르사체 등 대부분의 선글라스 브랜드에서 이러한 형태의 선글라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그보다 더 오래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이른바 빈티지 선글라스의 트렌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다. 현재 서울 시내 유명 멀티숍이라면 어디든 구비돼 있는 ‘린다 패로 빈티지’는 세계적으로 크게 호응을 얻고 있는 빈티지 선글라스 전문 브랜드다. 지난달 삼청동에는 ‘레트로스펙스’라는 빈티지 전문 안경점까지 오픈해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패션이 퓨처리즘(미래주의)을 지향하는 이번 시즌, 선글라스만큼은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만 퓨처리즘이 한두 시즌 내에 급작스럽게 불타오른 트렌드라면, 선글라스의 레트로 무드는 꽤 오래전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올라 대세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암담한 현실로 인해 미래에 대한 기대는 잦아들고, 대신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에 취하고 싶어하는 것이 복고풍 유행의 근원적인 이유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복고풍 선글라스의 뜨거운 유행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짧은 역사 안에서 화려한 변신을 거듭했던 선글라스의 존재감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또 다른 유행으로는 오버 사이즈 선글라스를 들 수 있다. 안 그래도 작아진 현대인의 얼굴을 절반 가까이 덮어버리는 커다란 선글라스는 레트로 무드의 연장에서 유행의 흐름을 타고 있다. 이른바 ‘연예인 선글라스’라고 불렸던 검정 렌즈의 오버 사이즈 선글라스가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데뷔 10년이 넘는 김건모가 초창기 ‘핑계’를 부를 때 자메이카풍 옷과 매치했던 겨우 눈만 가리던 조그만 선글라스가 생각나시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작은 렌즈를 가진 선글라스가 실제로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안경의 역사’와 같은 사진집, 혹은 옛날 뮤직 비디오에서나 발견할 수 있을 뿐 어디를 둘러봐도 작은 렌즈의 선글라스란 없다. 그러고 보면 ‘오버 사이즈’는 이미 작은 유행의 흐름을 넘어서 선글라스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 원칙 같은 것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예전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는 것, 바로 ‘작은 얼굴에 대한 갈망’이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버 사이즈 선글라스는 단지 아름다움을 위해서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큼직한 크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자연스레 높아져서 건강을 위해서도 작은 렌즈보다 큰 렌즈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사람들에게 ‘나무를 그려보세요’라고 하면 십중팔구 갈색 둥치에 초록색 잎을 그린다고 한다. 흰색 둥치에 보라색 잎을 칠하는 이들은 흔치 않다. 누군가 당신에게 ‘선글라스를 그려보세요’라고 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무심코 검은색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부디 흰색 프레임에 보라색 렌즈를 그리기를 권하고 싶다. 혹은 초록색 프레임에 빨간 렌즈, 초록과 빨강이 뒤섞인 프레임에 노란색 렌즈, 거기다 크리스털 큐빅을 툭툭 박아 넣어도 좋고, 수십 년 써서 닳은 것처럼 테를 마구 긁어내도 좋고, 큼직한 이니셜 로고를 마구 붙여도 좋다. 요는 화려하게, 그리고 개성 있게! 이제 무난한 검정 선글라스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해도 좋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점점 연해지고 밝아지는 렌즈 색의 변화다. 여기에는 기술의 발달도 톡톡히 한몫 했다. 예전에는 진한 검은색 렌즈만 막을 수 있었던 두 가지 종류의 자외선을 이제는 밝고 연한 색의 렌즈로도 충분히 차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미적 감각의 표현 영역은 커진다. 총천연색 렌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 가지 색의 명도를 달리해 만드는 그러데이션 렌즈, 두 가지 색을 혼재해 만드는 투 톤 그러데이션 렌즈까지 등장했다.
 
화려하게 변화하는 렌즈 색을 따라 프레임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프레임 유행의 코드는 ‘색상’보다는 ‘장식’이다. 장식적인 요소는 예전 베르사체 선글라스에 장식되었던 메두사의 머리나 셀린, 샤넬 선글라스에 사용되었던 로고의 단순 반복에서 진일보했다. 크리스털이나 보석으로 템플(선글라스의 옆 테 부분)을 장식하고 금속 징 장식을 활용하는 등 선글라스 장식에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고 있는 것. 선글라스 장식 역시 기술 발달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 샤넬에서는 특유의 격자 무늬 퀼팅 모티브를 활용, 스티치를 넣은 가죽 템플 선글라스를 선보여 기술의 정교함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 밖에 뚜렷한 특징 중 하나로 소재의 혼합 양상을 들 수 있다. 과거 ‘무테, 금속테, 뿔테’ 식의 간단한 분류가 무색할 만큼 최근에는 하나의 선글라스에 금속테와 뿔테를 모두 사용하거나 제3의 소재를 집어 넣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가죽이나 초경량 신소재로 만든 프레임이 등장하는 등 사용되는 소재의 영역도 넓어지는 추세. 프레임의 형태 역시 원형뿐 아니라 사각, 육각, 고글 형태를 넘어 하트 모양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되고 있다.
 
올 여름,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에서는 한국인을 위해 우리네 얼굴형에 맞춘 듯한 선글라스 일체를 선보였다. 선글라스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그다지 입체적이지 못한 동양인의 얼굴에 대한 디올의 배려는 눈물 나게 고마운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선글라스가 있는가. 말하자면 세상이 원하는 모든 형태와 색상의 선글라스가 시장에 쏟아져 나와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그러니 이제 남은 일은 뚜벅뚜벅 걸어가서 당신의 피부색과 얼굴형, 그리고 당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를 현명하게 고려한 뒤 하나의 선글라스를 집어드는 것뿐이다. ▒
 
선글라스 쇼핑 노하우

둥근 얼굴엔 사각 프레임, 각진 얼굴은 날렵한 보잉형
어두운 피부색엔 보라·진한 회색 프레임이 어울려

선글라스는 자동차와 비슷하다. 처음엔 예쁜 외관에 끌리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기능이라는 점, 그래서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점, 최초의 손길은 유행을 따라 화려한 쪽으로 가게 마련이지만 막상 구매하는 순간엔 무난하고 클래식한 쪽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한테 딱 맞는 것을 사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 안 산다고 큰일나는 건 아니지만 있으면 굉장히 유용하다는 점까지도 꼭 닮았다.
 
바야흐로 여름, 우리 몸에 걸치는 액세서리 중에 가장 장식적인 동시에 가장 기술집약적인 선글라스가 제 역할을 발휘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멋도 기능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에게 반드시 들려주고 싶은 선글라스 쇼핑 가이드 몇 가지를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팁이라 하기도 민망한, 이를테면 대전제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렌즈 선택이다. 선글라스 렌즈로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외선을 확실하게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외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파장 320~400nm를 ‘UV-A’, 280~320nm를 ‘UV-B’라고 부르며 기본적으로 선글라스 렌즈는 이 둘 모두를 차단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일반적인 브랜드에서 나오는 선글라스는 UV-A와 UV-B를 차단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산되지만 구입하기 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글라스만큼 개인의 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아이템도 드물다. 그러나 문제는 선글라스를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글라스를 택할 때에는 보기에 아름다운 것보다 써보았을 때 편안한 것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흰색 뿔테가 크게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얼굴색이 고르지 못하고 울긋불긋한 사람에게는 건강하지 못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사각 프레임이 멋있어 보인다고 해서 모난 얼굴에 또 다른 ‘각’을 더하는 우를 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각각의 얼굴에 따른 선글라스 형태의 매치는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무조건 직접 써보고 고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몇 가지 원칙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 볼에 살집이 있거나 얼굴 모양이 동그란 사람에게는 큼직한 육각형이나 각을 부드럽게 둥글린 사각 프레임이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각이 진 얼굴에는 너무 동그란 프레임 대신 끝이 살짝 올라간 날렵한 보잉 선글라스가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긴 얼굴형에는 눈꼬리가 너무 위로 치켜올라가지 않은 프레임이 적당하고, 작은 얼굴의 소유자라면 곤충의 눈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버그 아이 선글라스를 멋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 얼굴이 흰 사람에게는 불투명한 초록색 프레임이나 무늬가 있는 핑크색처럼 선명하고 화려한 색도 잘 받지만 피부색이 어두운 편이라면 얼굴을 밝아 보이게 만드는 보라색 프레임이나 진한 회색 그러데이션 렌즈를 택하는 편이 좋다.
 
선글라스를 구입할 때 유의사항 중 하나는 가능하면 밝은 조명 아래에서 보는 것이 좋다는 것. 실내의 조명은 아무리 밝아도 태양빛만 못한 법이고, 안에서 볼 때는 무난해 보였던 선글라스가 자연광 아래 굉장히 화려하게 바뀌곤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둥근 고글 형태의 선글라스는 코가 높고 얼굴이 입체적인 서양인을 겨냥해 만들어져 동양 사람의 얼굴에는 편안하게 밀착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굉장히 서구적인 안면 구조를 가진 이들을 제외하고는 평면적인 디자인에 안정적인 코 받침대가 달려 있는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무난하다.
 

 
 

선글라스의 선택에 얼굴형만큼이나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평소 즐기는 옷차림이다. 차분한 톤의 정장을 주로 입는 남성이라면 일단 테가 두꺼운 선글라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이는 인상을 날렵하게 만들어주는 얇은 금속테나 무테를 고른다. 뿔테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가급적 가느다란 형태를 고르는 것이 좋다. 색상은 무난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주는 회색, 회색에 가까운 갈색 혹은 역으로 선명하면서도 활기찬 느낌을 주는 오렌지색이 도는 갈색을 택하는 것이 좋다.

잘 차려 입은 남성에게 선글라스는 넥타이와도 같아서 어중간한 갈색이나 검정색은 자칫 나이 들어 보이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레저에 몰두하거나 캐주얼한 차림을 즐긴다면 최근 유행하는 초경량 소재의 패션 선글라스를 권하고 싶다. 자칫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것이 선글라스의 단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초경량 선글라스’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소재로 만들어져 활동성이 뛰어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 중얼거린다. ‘숟가락은 없다(There is no spoon)’. 이제 진정한 멋을 누리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새까맣기만 한 선글라스는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 멋스러움과 촌스러움의 경계는 의외로 작은 한 걸음이다. 선글라스는 소중한 눈을 자외선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방어막인 동시에,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옷차림을 ‘일부러 그런 것처럼’ 멋들어지게 만들어주는 효자 아이템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멋이란 게 뭔지 아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더 좋은 패션 아이템을 제대로 활용하는 순간, 평범한 사람도 ‘패셔니스타(뛰어난 패션 감각과 심미안으로 대중의 유행을 이끄는 사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