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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짝퉁은 싫어! 끝물은 안돼! 그럼 무슨 Bag을 사라고?

피나얀 2005. 10. 23. 20:53

                                 

 


 


[조선일보 정재연 기자]

 

무슨 백을 살 것인가. 맘에 드는 백을 족족 사들일 수는 없고 눈만 높은 20~30대 여성들에게는 지금처럼 가방 하나 고르기 힘들었던 때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아무거나 들기 싫은, 과시용으로 백을 드는 여성들 말이다. 인생 선배들이야 그저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샤넬 들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브랜드 별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각광 받는 모델을 고르고 골라 들어야 한다.

 

한때 욕망만 무겁고 주머니 가벼운 여성들이 가짜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하고 싶은 건 없고, 사고 싶은 것만 있는 시대, 여자들은 (다이어트 겸)안 먹고 안 타고 안 가더라도 사고 싶은 건 사고야 만다. 사실 가짜, 너무 위험하다. 어쩌다 들키면 이미지 회복은 영영 불가능.


발렌시아가의 모터사이클 백으로부터 2005년 여름, ‘가방의 왕좌’를 물려 받은 것은 클로에의 패딩튼 백. 그런데 이 백, 굉장히 무겁다. 그러나 가운데 달려있는 큼직한 자물쇠는 아무리 무거워도 달고 다녀야 한다.

 

가짜에는 자물쇠 부분에 ‘클로에’라 찍혀 있지 않다니 무겁다고 진짜라는 결정적 표식을 어찌 포기하겠는가.

 

백을 놓고 예약·매진·대기자 명단 작성이 시즌마다 반복되는 것을 중년 이상은 이해하기 힘들지 모른다. 가방을 둘러싼 야단법석은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한 가방 매장 주인의 말을 인용, ‘여성 손님들이 패딩튼을 구해달라고 애걸복걸 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고가 패션 브랜드마다 시즌 최고의 화제를 모으는 ‘바로 그 백’, 일명 ‘잇 백’(It Bag)을 만드느라 혈안이 돼 있다.

 

가방이야말로 전체 매출을 끌고 나가는 한편 브랜드 인지도를 일순 극대화하는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에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발렌시아가란 브랜드를 대중에 확실히 알린 것은 모터 사이클 백이었다. 옷은 비싸기도 하지만 돈 있다고 다 입을 수도 없다.

 

그 가늘고 긴 실루엣 안에 몸을 집어넣을 수 있는 보통 여성이 얼마나 될까. 대신 백을 가볍게 들어주면서 브랜드를 소화하는 기분에 빠지는 셈이다.

브랜드 마다 봄·여름, 그리고 가을·겨울로 나눠 새로운 가방을 출시할 때면 가격도 껑충 뛴다. 이제는 웬만한 ‘잇 백’ 치고 100만원 아래는 없다. 파파라치 사진 속 해외 연예인의 팔에 걸렸던 백들이 차례 차례 인기몰이를 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의도적인 노출일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한번 ‘잇’이라고 영원한 ‘잇’은 아니다. 올 초 루이비통 체리가 인기였다면 이제는 데님이다. 빠르게 돌고 도는 사이클을 보면 ‘가방의 음모’에 걸려든 것 같아 울적하기도 하다.

 

서울 신사동 ‘샵 드 블랑’(02-546-0350). 가방 쇼핑이 날로 복잡미묘해지는 시류를 타고 가방에만 주력하는 매장이다. “20대가 백의 흐름에 제일 민감합니다. 중년 여성들은 들어왔다가 ‘구찌 없어? 샤넬 없어? 하고는 나가시고요.” 사장 이황모씨의 말. ‘백의 달인’을 만남 김에 상담을 했다. “지금 무엇을 사야 폼도 나고, 남들이 알아주고, 오래도록 들까요?”


“한국 패션 잡지에 살짝 노출된 백을 주로 들여온다”는 이씨가 권하는 것은 발렌시아가. 사실 디자인만 보면 멋지다. 그러나 이미 짝퉁이 좍 깔린 마당에 끝물 타는 것 아닐까. “패딩튼이 한동안 갈 거에요.” 그런데 그 ‘한동안’이라는 게 올 겨울이란다.

 

그럼 내년 초 또 백을 산단 말인가? “알렉산더 맥퀸의 ‘잇 백’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이씨의 말에 귀가 솔깃해 진다. 패션계의 악동 맥퀸마저? 차라리 그걸 기다리기로 한다. 물론 나오자 마자, 맨 먼저 들어야 한다.

 

혹시 가끔 현금이 급한 사람이라면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이고 가장 오래된 디자인으로 그냥 살 것.

 

관리만 잘 하면 압구정동에 즐비한 명품 중고 매장에서 절반, 혹은 3분의 1가격에 다시 팔 수 있다. 특히 루이비통의 경우는 중고매장에 맡기기가 무섭게 ‘판매됐다’는 연락이 온다.

 


결론은 소재와 전체 분위기는 큰 유행을 따라가되, 브랜드는 드리스 반 노튼, 마르탱 마르지엘라 등 좀 덜 대중적인, 그러나 골수팬을 거느린 브랜드로 하라는 것.

 

올 가을에는 빈티지 느낌 물씬 풍기는 약간 허름하고 늘어지는 가죽에, 색상은 딥 블루가 인기라고 한다. 물론 몇 개월 뒤 그 유행이 여전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정재연기자 [ whaud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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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5-10-20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