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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 "제발 도와주세요."국제전화를 통한 탈북여성의 절규

피나얀 2005. 12. 17. 18:16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솔직히 처음에는 음산했다. 수신자 부담으로 걸려온 국제전화..

처음에는 장난이겠거니 하고, 바로 끊어버렸는데, 두 번, 세 번 이어지면서,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수신자 부담을 하고 받아든 수화기에서는 절박한 호소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30대 후반 정도, 북한 말씨를 쓰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직감적으로 “탈북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예상은 적중했다.현재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고, 장소는 중국의 심양이라고 했다.

다행히 두 차례 정도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이어서, 여성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5년전 탈북한 이 여인은 이미 한 차례 공안당국에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고, 2년 전쯤 다시 탈북해 현재 심양에서 숨어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조선족 남자를 만나, 살림을 차려 살면서, 한국으로 갈 비용을 만들기 위해 한푼두푼 모았는데, 그 돈을 들고 남자가 도망을 가 버렸다는 것이다. 돈도 머물곳도 없는 이 여인은 우연히 보게된 위성방송에서 CBS 방송을 보고 무작정 전화기를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할 뿐이었다.

영사관은 너무 경비가 삼엄하고, 도움을 청하러 간 교회에서는 냉담한 반응뿐이라고 했다. 중국으로 날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역 만리 한국땅에서 중국에 있는 탈북자 여인을 무슨 수로 도와줄수 있단 말인가....

여인의 연락처를 받아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탈북자 단체에 이 여인의 상황을 전해준 것 뿐이었다. 이후 한 차례 더 전화가 왔을때 탈북자 단체에 연락처를 남겨 놨으니, 일단 기다리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수화기를 통해서도 감정이 전달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수화기에서 스며드는 슬픔과 절망감... 내 자신이 정말 초라하게 생각됐다.

1994년. 기억 하실지 모르지만 수단에서 굶어죽어가는 어린이를 바라보고 있는 독수리를 찍은 사진... 사진기자 케빈카터(33)는 이 사진으로 그 해 퓰리처 상을 수상했지만, 엄청난 윤리논쟁에 휩싸였다. 과연 어린이가 목숨을 잃게된 그 상황에서 사진기를 먼저 들이대야 했느냐는 비난이 빗발쳤고, 퓰리처상 수상 두 달뒤, 그는 자살했다.

그 여인이 실제로 탈북자인지, 아니 북한 여인이 맞는 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여인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인의 행방은 확인할 수 없다. 탈북자 단체에서도 막연한 전화 한통만으로 도움을 주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로서 아니 기자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 자신이 없다. 무엇을 지키면서 살아왔는지, 내 윤리와 양심의 기준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최근 황우석 교수 사건을 지켜보면서, 실체적 진실을 찾는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돌이켜 생각해 보게된다.


기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노컷블로그] CBS 문영기 사회부장 http://www.cbs.co.kr/nocut/blog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출처-[노컷뉴스 2005.12.17 14:0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