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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놀이터 절반이 ‘위험’ 판정… 어린이 3명 중 1명은 아동용품에 다쳐
지난해 11월 1일 부산의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놀던 여자아이가 무너진
그네의 지지대에 깔려 숨지는 끔직한 사고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발생해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 이 놀이시설은 설치된 지 7년이나 됐음에도
안전점검 한번 제대로 받지 않았다.
이미 2년 전부터 경찰과 주민들이 안전문제를 논의해 왔지만 말만 무성했을 뿐 실질적인 점검과 대책 없이 방치해 둔 결과 이런 어이없는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새로 설치한 놀이터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작년 1월 초 인천 연수구에서는 초등학교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가 미끄러지면서 손가락이 절단된 사고가 있었다. 그네 체인에 있는 작은 돌출물이 문제였다. 새로 설치된 그네였지만 마감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만든 놀이터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어린이는 어른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판단력이 떨어지고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가 뛰어 노는 놀이터는 그 어느 장소보다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놀이터에는 작은 유격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시설이 많다.
밧줄 타기나 쇠철봉으로 만든 구조물을 3~4m씩 오르는 시설은 어른이 옆에서 보호하더라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시설이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기본적인 안전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흔들리는 그네 역시 충돌사고의 위험이 크지만 뛰어드는 아이를 막을 칸막이가 설치된 놀이터는 보기 드물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놀이터에서의 어린이 안전사고는 주로 추락과 충돌에 의해 일어난다.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설물로는
오르기 시설, 미끄럼틀, 그네, 회전시설, 시소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자주 다치는 부위는 머리(46.5%), 다리(33.1%),
팔(14.3%), 가슴부위(7.3%)의 순이다.
지난해 한국생활안전연합이 서울시내 어린이 놀이터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아파트 단지 놀이터 151개 중 72곳이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어린이 2명 중 1명은 놀이터에서 다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놀이기구의 상태 역시 좋지 않았다. 부서진 놀이기구가 방치된 곳은 62.7%, 놀이기구가 녹슬거나 깨진 부분이 있는 경우가 72.7%로 대부분의 어린이 놀이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다행히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어린이 놀이기구에 대한 안전검사 기준을 제정하여 2004년 12월 9일 이후부터 새롭게 짓거나 개·보수를 할 때 이 기준에 따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설치돼 있는 놀이시설은 사고의 위험을 안고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시설로 대체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 전이라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사고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린이 놀이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거나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놀이터에 관한 근거 법령은 여러 법에 산발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법령에서도 안전기준이 다르고 통일된 설치 및 유지관리 규정이 없다. 안전관리에 대한 소관부처 역시 여러 곳으로 갈려 있어 유지관리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놀이터 관리 감독이 부실한 결과,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다쳐도 제대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한국생활안전연합에서 2004년 서울시내 각 구별로 어린이공원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 25개 구 가운데 40%에 해당되는 10개 구가 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아이가 놀이터에 있는 시설물의 결함으로 다쳐도 치료비는 고스란히 부모가 물어야 하는 것이다.
놀이터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아이를 위험에 빠뜨린다. 장난감, 킥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불꽃놀이제품, 비비탄총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중국산 폭죽과 공업용 본드가 첨가된 풍선은 학교 앞 문구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심지어 일부 뽑기 게임에는 소형 양주와 라이터가 등장했다.
지난해 5월 대방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아이들이 자동차 앞에서 폭죽을 가지고 놀다가 폭죽의 불똥이 차량의 기름먼지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차량 3대가 전소됐고 주민 6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외에도 장난감으로 인한 사고에는 작은 부품 등이 목에 걸려 질식하는 사고, 장난감 총알(BB탄)이 눈을 맞혀 실명하게 하거나 귀나 코에 들어가는 사고, 물놀이 장난감을 사용하는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익사사고, 페인트가 칠해진 장난감과 관련한 납 중독 사고 등이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2005년 CISS(소비자 위해 감시시스템)로 보고된 14세 이하 어린이 안전사고 사례 4040건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물품으로는 스포츠·놀이용품(놀이시설, 장난감류 등)이 23.4%(949건)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사고 유발 원인으로 문이나 계단 같은 건물의 설비가 17.2%(693건), 침대, 식탁 등 가구류가 15.9%(641건)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생활안전연합이 2005년 5월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학부모 385명과 초등학생 364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제품에 대한 안전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어린이 3명 중 1명꼴로 어린이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제품으로는 인라인스케이트와 비비탄총이 가장 많았다.
아이들이 놀다가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연령이나 성장에 알맞고 위험이 따르지 않으며 유해성이 없는 장난감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놀이를 통해 자라는 어린이에게 장난감은 신체적·정신적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난감은 단순히 놀이도구로서의 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이고, 생활의 폭을 넓히며, 친구관계를 맺게 하는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녀의 연령과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안전한 장난감을 골라 줄 수 있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
출처-[주간조선 2006-05-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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