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오스트리아④ 비엔나를 사랑하는 이유

피나얀 2006. 5. 11. 00:36

 

호프부르크궁의 미카엘게이트

히틀러는 비엔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국경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조국보다 독일을 더 좋아했다. 게르만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그에게 비엔나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녹아있는, 그래서 지나치게 국제적인 도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쩌면 예술가가 되려고 했던 그를 두 번이나 낙방시켰던 비엔나 예술대학에 대한 섭섭함과 폭군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히틀러가 그다지도 싫어했던 비엔나의 다양성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가 됐다. 고딕의 웅장함을 대표하는 슈테판 성당과 바로크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쉔브룬 궁전이 공존하고, 로코코와 아르누보가 조화로운 도시다. 쉔브룬 궁전에서 모차르트 콘서트가 열리는 그 시간에 시내의 나이트클럽에서는 펑키 록과 얼터너티브의 사운드가 머리를 쥐어흔드는 곳이 비엔나다.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자연사 박물관(Museum of Natural History)과 미술박물관(Museum of Fine Arts) 맞은편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전시회가 끊이지 않는 뮤지엄쿼터(Museums Quartier)가 들어서 있다.

 

과거와 현대의 공존, 그리고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예술적 에너지는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엔나의 독특함이다. 평소 클래식 음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도 비엔나에서는 모차르트나 요한 슈트라우스 콘서트를 한 번쯤 감상하고,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오후 4시쯤이 되면 커피하우스의 구석 자리에 칩거하게 되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 모든 일상의 순환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면, 당신은 바로 지구상 가장 낭만적인 도시에 살고 있는 비에니즈(Viennese)의 자격이 충분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쉔브룬 궁전

비엔나는 배낭 하나, 카메라 하나를 들고 거리를 헤매는 관광객들에게 하루 정도에 자기소개를 끝내버린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1857년 성벽을 둘러싸고 있던 해자(垓字)를 메워 링슈트라세(Ring Street)를 만들었고 링 안쪽이 비엔나 제1구다. 비엔나는 총 23구로 이루어져 있지만 오래된 중세 도시의 모습은 대부분 1구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비엔나 제1구의 심장부에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슈테판 성당이다. 이 교회는 비엔나의 랜드마크이자 등대와 같다. 높이가 135m나 되는 교회의 첨탑을 보고 방향을 찾으면 된다. 케른트너 슈트라세(Karntner Street), 그라벤 슈트라세(Graben Street)등 유명 쇼핑 거리도 이 곳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뻗어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인 호프부르크,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성당 중 하나인 카를 성당도 슈테판 성당에서 도보로 5-10분 거리에 앉아있다.

 

비엔나 국립오페라극장과 시청,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도 모두 링슈트라세 주위에 배치되어 도보만으로 여행이 가능하다. 여유가 있다면 마차를 한번 타보는 것도 좋다. 마부의 설명을 들으며 거리를 한 바퀴 돌고 있으면 링 안의 승자처럼 어깨가 절로 우쭐해진다.

 

낯익은 도시의 새로운 표정

 

비엔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오래된 도시의 '고딕'과 '바로크'에서 눈을 떼야 한다. 한 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것이다. 비엔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양파’에 비교한다. 벗겨도 벗겨도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는 매혹적인 도시라는 뜻이다. 비엔나의 어느 곳에도 뼈대만 남은 건물이나 기둥은 없다.

 

황제가 살던 궁전엔 대통령이 살고, 쉔브룬 궁전에도 사람들이 입주해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복닥거리며 사는 동안 과거는 현재가 되고, 또 미래의 터전이 되어 왔다. 도시는 오밀조밀, 속닥속닥 성장해 왔고 곳곳에 젊은 얼굴을 내세우고 있다.

 

동화책에 등장할 듯 알록달록한 훈데르트바서 하우스(Hundertwasser Haus)는 비엔나의 또 다른 젊은 얼굴이다. 자연을 닮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온통 울퉁불퉁하고 삐뚤빼뚤, 어느 것 하나 직선이 아니다. 관광명소가 되어 버린 이 집은 시에서 관리하면서 저소득층에게만 입주권을 주고 있다. 인테리어를 보고 싶다면 훈데르트바서의 또 다른 작품, 쿤스트하우스 빈(KunstHaus Wien. www.kunsthauswien. com)을 찾아가면 된다.

 

비엔나는 과거를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예술조류를 가장 파격적으로 끌어안는 도시 중 하나다. 합스부르크가의 거주지였던 알베르티나는 현대적인 미술관으로 변신했고 리히텐슈타인 왕자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리히텐슈타인 뮤지엄이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비엔나는 여전히 변화하고 있었다. 낯익은 도시의 새로운 표정, 내가 비엔나를 사랑하는 이유다.


▶Tip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하나. 비엔나엔 비엔나커피가 없다. 왜 이 정체불명의 커피가 한국에서 엉뚱한 이름값을 하고 있는 것일까. 비엔나는 유럽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도 커피 문화가 유난히 잘 발달된 도시다. '모차르트' '카페 센트랄(www.palaisevents.at)'처럼 도심 곳곳에 수백년 역사를 간직한 커피하우스들이 있다. 하얀 거품을 이고 있는 진한 커피 멜랑지(Melange)가 진정한 비에니즈의 커피다.

 

커피하우스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레 발달한 것이 제과기술이다. 진한 멜랑지와 어우러지는 다양한 모양의 케이크와 과자, 초콜릿은 강한 중독성을 지녔다. 제과점 데멜(Demel. www.demel.at)은 비엔나 시내에서 가장 이름난 제과점이다. 설탕으로 만든 갖가지 모양의 인형이 진열장을 메우고 있다. 자허 호텔(Sacher Hotel)의 카페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토르테(torte)는 살짝 쓴 맛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하게 달다.

 

 

 

 

 

 

 

 

사진/김병만 기자(kimb01@yna.co.kr), 글/천소현(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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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2006-05-10 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