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6-12-27 10:39]
일곱 살 주완이는 월요일 밤 10시를 손꼽아 기다린다. ‘주몽님’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주몽’ 중에서도 전투 장면이 나오면 눈에서 광채가 난다. 물론 주몽님이 이겨야 한다. 지난주 유화부인과 예소야 마마가 부여 국경을 넘어가는 찰나 호위대장에게 붙잡혀 돌아오게 되자 아이는 거의 패닉 상태가 되었다.
한 번에 세 개의 화살을 동시에 날리는 주몽님이 나타나 적들을 물리쳐야 하는데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중1 혜지는 ‘주몽’보다는 ‘황진이’에 열광한다. 시험기간에도 수목드라마인 황진이는 빼놓은 적이 없다. 방학 때는 인터넷 ‘다시보기’로 ‘복습’까지 할 태세여서 엄마 김미정(39)씨는 걱정이 많다.
“드라마 ‘궁’ 때부터 그랬어요. 일단 샤워를 깨끗이 하고서는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 텔레비전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요. 처음엔 역사공부가 되겠거니 했는데, 사실과 다른 것도 많고. 그래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에요.”
◆게임 같은 드라마, 수동적 쾌감일뿐 창의력과 상관없어요
드라마에 푹 빠진 아이들. 늦잠이 허락되는 방학이면 부모들은 TV를 둘러싸고 아이들과 전쟁을 치른다. ‘드라마 키드’들에게 시청 등급 연령을 알리는 3초짜리 자막은 무용지물. 부모도 “야한 장면만 없으면 되지” 하고 방심한다. 그래도 되는 걸까?
건국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의 ‘주몽’ 분석을 들어보자. “주몽이란 드라마는 ‘갈등 한 판→싸움 두 판→문제 해결’ 하는 식으로 일정한 공식을 갖고 있어 어린아이들이 좋아하죠. 게임처럼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있고 결과를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10대 여학생들을 사로잡은 ‘황진이’의 매력은 ‘궁’과 마찬가지로 판타지의 실현이다. 중요한 건 둘 다 ‘피상적·수동적 자극’에 불과하다는 사실. “스스로 책을 읽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능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자극, 쾌감과는 다릅니다. 드라마라는 외적 자극을 나의 멘털, 판단력과는 상관없이 수동적으로 즐기면서 편안하게 빠져드는 거죠.”
‘마음과 마음’ 클리닉 이정현 원장은 “TV드라마 자체보다는 그 앞뒤로 연결되는 광고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집중력이 아직 높지 않은 아이들이 화면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광고나 드라마에 일찌감치 익숙해지는 거죠. 상술에 이용당하기 쉽고요.”
◆“저건 사실이 아니야” 비판적으로 보는 습관 길러주세요
창의력·인내심 저하는 물론 학습장애·식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TV 중독, 해결책은 없을까? 미디어교육 전문가 김병록씨는 “아이들 중독은 어른들처럼 심각하게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안심시키면서 “대신 ‘주몽’ 같은 드라마를 대체할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아주도록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몽’ 관련 만화책이나 역사책을 보여주면서 책과 드라마가 어떻게 다른지, 의상은 조선시대와 어떻게 다른지 일러주면 아이가 전투 장면에만 매몰되지 않고 전체를 조망하게 됩니다.”시청 등급 자막은 어차피 형식에 불과할 뿐. “드라마든, 토크 쇼든 부모가 함께 보면서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 고정관념, 잘못된 우리말 쓰임새, 폭력적인 요소들을 아이와 함께 파악해내면서 TV를 보는 또 다른 보람을 만들어가세요.”
◆만화는 아침에만! TV 규칙 정하세요
아이와 함께 우리 집만의 TV 시청 규칙〈그래픽 참조〉을 만들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홉 살, 다섯 살 남매를 둔 하지현 교수는 “결국 가족이 함께 TV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 교수의 경우 아이들과 TV 보는 원칙을 정했다.
첫째, 리모컨을 작동시킬 권리는 부모에게만 있다. 따라서 TV를 켤 때에는 반드시 엄마 아빠와 상의해야 한다. 둘째, 만화영화는 아침 시간에만 보게 한다. “만화를 보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유도하는 거죠. 저녁 시간엔 TV를 거의 안 켭니다. 가족이 함께 책 읽고, 보드게임을 하거나, 좋은 DVD를 골라 감상하지요.”
간혹 3대가 모여 사는 집안에선 “TV 보기가 남은 인생의 유일한 낙”이라고 우기는 할머니·할아버지 때문에 TV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럴 땐 TV를 노인들 방으로 옮긴 뒤 아이들 출입을 통제해보자. “건강을 위해서라도 밤 늦게까지 TV를 시청하는 건 몸에 좋지 않다”고 어른들을 설득하면서 새로운 취미거리를 제안해보는 것도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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